2014년 9월 런던 포토보이스 교육 참관기 2.
<PhotoVoice 참관기2>
-2박 3일간의 Photovoice 워크샵이 끝났다. 머리에 수 천 개의 수지침을 맞은 듯 아프면서도 시원한 묘한 기분이 밀려온다. 마침 더럼으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까지 3시간 남짓 남아 노트북을 열고 이 묘한 기분이 채 사라지기 전에 정리를 시도한다.
-첫 날은 사진찍기와 이미지가 갖는 의미를 느끼게 해준 날이었다면, 2일째는 실제 '참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하고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책임자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알아 보았다. 그 중 'Exploring Participation' 시간은 많은 논의 속에서 Participatory Photography에서 'participatory'가 과연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아래 제시된 7개의 단어의 의미와 그 차이들을 생각해보고 어떤 것이 더 큰 '참여'를 뜻하는지 순위를 매기는 작업이었다. 인류학과에 이야기하는 '참여관찰'은 이 중 어디에 가까울까 많은 고민과 반성을 해보았다.
Manipulation, Information, Education, Consultation, Involvement, Partnership, Empowerment
- 2일째 했던 체험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의 Identity를 드러내는 사진 한 장을 찍어와서 서로 공유하는 시간과 야외에서 한 Power Walk였다. 나 역시 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진을 무엇으로 할 지 매우 많은 고민을 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는 경험 또한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난 길거리에 버려진 담뱃갑을 찍어 보여주며 연구자로서의 나의 관심사와 그 주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때 찍은 사진을 첨부한다. Power Walk 또한 큰 영감을 준 간단하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것은 각자 다른 배역을 쪽지로 부여받고 그 역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power'에 따라 진행자가 이야기하는 일들 중 자신이 '할 수 있다'면 앞으로 한 발짝 걷고, '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서 있는 게임이었다. 이것은 각자 지닌 사회적 신분와 위치에 따라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각자가 직접 그래프 속 점이 되어 느끼는 시간이었다. 'vulnerable', 'voiceless'가 무엇을 뜻하는지 몸으로 확인하고, 그 자리에 서서 깊은 대화를 나누는 멋진 경험이었다. 런던 빌딩 속 아늑한 공원의 경치는 덤이었다.
-2일째, PhotoVoice 프로그램 운영자가 참여자들을 모으고 워크샵을 진행할 때 가져야 할 능력과 역할, 태도에 대한 자유 토론이 있었다. 'facilitator'로서의 위치에서 가져야할 소양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다. 그 내용들을 이곳에 옮겨 본다. 어느 연구자든, 활동가든 항상 고민해야 할 사항들이다.
*Role/Responsibilities: Being informed about group & issue, Tailoring project to group in terms of culture and needs, Task management, In charge of people's well-being, Encouraging creativity
*Qualities/Attitueds: Good communicator, Adaptable, Well-trained, In control/self-control, manage conflict/group dynamics, Neutrality
*Challengers: Communication, Understanding participants, Not dictating outcomes, Remaining Neutral, Equal participation
-3일째, 마지막 날인 이 날은 주로 실무적인 일에 대해 논의를 했다. 참여자가 찍어 온 여러 사진 중 의미있는 사진을 함께 고르는 작업, 사진을 해석할 때 글을 써가며 해석하는 연습, 실제로 프로젝트의 Goal/Aims/Considerations를 짜보고 발표하는 연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여자에게 프로젝트에 참여와 이미지 사용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할 때 주의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A sense of place'를 주제로 각자 가져온 20장의 사진 중 5장을 짝을 이루어 고르는 작업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사진 한 장 한 장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지만, 동일한 인물에 의해 찍힌 20장의 사진은 찍은 사람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었다. 또 한 번 사진이 서로를 알고 소통하는데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3일째, 서로의 어색함을 깨고, 좀 더 가까워지는 재밌는 시간도 있었다. 졸리는 틈을 따 모두 가운데 원을 그리고 선 채 고개는 아래를 향한 후 한 명이 '원, 투, 쓰리'를 세고, 마지막 '쓰리'를 외칠 때 모두 고개를 들어 딱 한 명만 쳐다보는 게임이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뒤로 빠지고, 남은 사람들은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마지막에 살아 남은 사람이 승자가 된다. 매우 짧은 시간에 진행할 수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서로 대놓고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볼 수 있는 유쾌한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Eye Contact'이라 불렸다. 또 다른 게임도 있었다. 게임이라기 보다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구성원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서로 다른 차이(국적, 인종, 성별, 나이, 문화, 언어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화의 시간이었다. 3-4명씩 앉아 서로 매우 의미있는 공통점 4개를 찾는 활동이었다. 자연히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미쳐 보지 못했던, 당연히 공유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던 점들을 발견하게 됐다.
-마지막 소감: 모든 순간이 소중하기에,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 생각이 나는 대로 적다보니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다. 진심으로 참여했던 모든 순간들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워크샵의 방식도, 그 내용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Content와 Context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느낌. 이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들고 직접 경험하는 게 어려운지 잘 알기에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참여'에 대해 서로 '참여'하며 진행된 워크샵은 앞으로 어떻게 강연과 수업, 그리고 워크샵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첫 날 수업 시작하자마자 함께 정했던 워크샵 기간 중 서로 지켜야할 주의사항인 Ground Rules을 옮기는 것으로 소감을 마칠까 한다. 그 내용은 사실 모든 사회 생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 연구에서도, 한국의 교육환경(대학원 포함)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Ground Rules>
: Respectful, Listening, Valuing Equity, Sharing Responsibilities, Phone Silent, No Texting, Punctuality, Encouraging Participation, Spirit of Confidentiality
-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관련 사이트, 논문, 서적을 몇 개 적어본다.
<Photovoice 관련 사이트>
www.photovoice.org
<관련 논문>
1) Caroline Wang & Mary Ann Burris. 1994. "Empowerment through Photo Novella: Portraits of Participation", Health Education & Behavior. Vol.21(2); 171-186
2) Caroline Wang et al. 1998. "Photovoice as a participatory health promotion strategy", Health Promotion International. Vol.13(1); 75-86
3) Caroline Wang. 1999. "Photovoice: A Participatory Action Research Strategy Applied to Women's Health", Journal of Women's Health. Vol.8(2); 185-192
<관련 서적>
1) "Doing Visual Research" - Claudia Mitchell (2011)
2) "Doing Visual Ethnography"(2nd edt) - Sarah Pink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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