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3일 금요일

2014년 9월 런던 포토보이스 교육 참관기 2.


<PhotoVoice 참관기2>

-2박 3일간의 Photovoice 워크샵이 끝났다. 머리에 수 천 개의 수지침을 맞은 듯 아프면서도 시원한 묘한 기분이 밀려온다. 마침 더럼으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까지 3시간 남짓 남아 노트북을 열고 이 묘한 기분이 채 사라지기 전에 정리를 시도한다.

-첫 날은 사진찍기와 이미지가 갖는 의미를 느끼게 해준 날이었다면, 2일째는 실제 '참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하고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책임자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알아 보았다. 그 중 'Exploring Participation' 시간은 많은 논의 속에서 Participatory Photography에서 'participatory'가 과연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아래 제시된 7개의 단어의 의미와 그 차이들을 생각해보고 어떤 것이 더 큰 '참여'를 뜻하는지 순위를 매기는 작업이었다. 인류학과에 이야기하는 '참여관찰'은 이 중 어디에 가까울까 많은 고민과 반성을 해보았다.

Manipulation, Information, Education, Consultation, Involvement, Partnership, Empowerment

- 2일째 했던 체험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의 Identity를 드러내는 사진 한 장을 찍어와서 서로 공유하는 시간과 야외에서 한 Power Walk였다. 나 역시 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진을 무엇으로 할 지 매우 많은 고민을 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것을 타인과 공유하는 경험 또한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난 길거리에 버려진 담뱃갑을 찍어 보여주며 연구자로서의 나의 관심사와 그 주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때 찍은 사진을 첨부한다. Power Walk 또한 큰 영감을 준 간단하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것은 각자 다른 배역을 쪽지로 부여받고 그 역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power'에 따라 진행자가 이야기하는 일들 중 자신이 '할 수 있다'면 앞으로 한 발짝 걷고, '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서 있는 게임이었다. 이것은 각자 지닌 사회적 신분와 위치에 따라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각자가 직접 그래프 속 점이 되어 느끼는 시간이었다. 'vulnerable', 'voiceless'가 무엇을 뜻하는지 몸으로 확인하고, 그 자리에 서서 깊은 대화를 나누는 멋진 경험이었다. 런던 빌딩 속 아늑한 공원의 경치는 덤이었다.

-2일째, PhotoVoice 프로그램 운영자가 참여자들을 모으고 워크샵을 진행할 때 가져야 할 능력과 역할, 태도에 대한 자유 토론이 있었다. 'facilitator'로서의 위치에서 가져야할 소양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다. 그 내용들을 이곳에 옮겨 본다. 어느 연구자든, 활동가든 항상 고민해야 할 사항들이다.

*Role/Responsibilities: Being informed about group & issue, Tailoring project to group in terms of culture and needs, Task management, In charge of people's well-being, Encouraging creativity
*Qualities/Attitueds: Good communicator, Adaptable, Well-trained, In control/self-control, manage conflict/group dynamics, Neutrality
*Challengers: Communication, Understanding participants, Not dictating outcomes, Remaining Neutral, Equal participation

-3일째, 마지막 날인 이 날은 주로 실무적인 일에 대해 논의를 했다. 참여자가 찍어 온 여러 사진 중 의미있는 사진을 함께 고르는 작업, 사진을 해석할 때 글을 써가며 해석하는 연습, 실제로 프로젝트의 Goal/Aims/Considerations를 짜보고 발표하는 연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여자에게 프로젝트에 참여와 이미지 사용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할 때 주의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A sense of place'를 주제로 각자 가져온 20장의 사진 중 5장을 짝을 이루어 고르는 작업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사진 한 장 한 장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지만, 동일한 인물에 의해 찍힌 20장의 사진은 찍은 사람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었다. 또 한 번 사진이 서로를 알고 소통하는데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3일째, 서로의 어색함을 깨고, 좀 더 가까워지는 재밌는 시간도 있었다. 졸리는 틈을 따 모두 가운데 원을 그리고 선 채 고개는 아래를 향한 후 한 명이 '원, 투, 쓰리'를 세고, 마지막 '쓰리'를 외칠 때 모두 고개를 들어 딱 한 명만 쳐다보는 게임이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뒤로 빠지고, 남은 사람들은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마지막에 살아 남은 사람이 승자가 된다. 매우 짧은 시간에 진행할 수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서로 대놓고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볼 수 있는 유쾌한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Eye Contact'이라 불렸다. 또 다른 게임도 있었다. 게임이라기 보다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구성원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서로 다른 차이(국적, 인종, 성별, 나이, 문화, 언어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화의 시간이었다. 3-4명씩 앉아 서로 매우 의미있는 공통점 4개를 찾는 활동이었다. 자연히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미쳐 보지 못했던, 당연히 공유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던 점들을 발견하게 됐다.


-마지막 소감: 모든 순간이 소중하기에,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 생각이 나는 대로 적다보니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다. 진심으로 참여했던 모든 순간들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워크샵의 방식도, 그 내용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Content와 Context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느낌. 이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들고 직접 경험하는 게 어려운지 잘 알기에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참여'에 대해 서로 '참여'하며 진행된 워크샵은 앞으로 어떻게 강연과 수업, 그리고 워크샵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첫 날 수업 시작하자마자 함께 정했던 워크샵 기간 중 서로 지켜야할 주의사항인 Ground Rules을 옮기는 것으로 소감을 마칠까 한다. 그 내용은 사실 모든 사회 생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 연구에서도, 한국의 교육환경(대학원 포함)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Ground Rules>
: Respectful, Listening, Valuing Equity, Sharing Responsibilities, Phone Silent, No Texting, Punctuality, Encouraging Participation, Spirit of Confidentiality



-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관련 사이트, 논문, 서적을 몇 개 적어본다.

<Photovoice 관련 사이트>
www.photovoice.org

<관련 논문>
1) Caroline Wang & Mary Ann Burris. 1994. "Empowerment through Photo Novella: Portraits of Participation", Health Education & Behavior. Vol.21(2); 171-186
2) Caroline Wang et al. 1998. "Photovoice as a participatory health promotion strategy", Health Promotion International. Vol.13(1); 75-86
3) Caroline Wang. 1999. "Photovoice: A Participatory Action Research Strategy Applied to Women's Health", Journal of Women's Health. Vol.8(2); 185-192

<관련 서적>
1) "Doing Visual Research" - Claudia Mitchell (2011)
2) "Doing Visual Ethnography"(2nd edt) - Sarah Pink (2012)







2014년 9월 런던 포토보이스 교육 참석기 1.


I am in London to take part in 'PhotoVoice 3 day Training Workshop'.

-'Photovoice' is a participatory research strategy commonly implented in health research as a mechanism for personal and community change. In 1994, it was first introduced as "Photo Novella" by Wang & Burris.

-"Photo Novella does not entrust cameras to health specialists, policymakers, or professional photographers, but puts them in the hands of children, rural women, grassroots workers, and other constituents with little access to those who make decisions over their lives."

-Three theoretical frameworks of PhotoVoice are 1) Empowerment education, 2) Feminist theory, 3) Documentary photography.

오늘 아침 더럼에서 새벽 5시 기차를 타고 런던에 왔다. PhotoVoice라는 Participatory Action Research(PAR) 연구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3일간 매일 아침 9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한국으로 출국하기 2주 가량 남은 시점에 300파운드나 하는 유료 프로그램(물론, 인류학과에서 지원을 조금 해주지만)을 듣고자 한 것은 포토보이스가 지닌 엄청난 매력때문이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에게 이미지를 통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드러낼 수 있게 해주는 포토보이스의 목적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강렬하게 느껴졌다.

워크샵 첫날. 새벽 세 시에 기상을 해 5시 기차를 타고 런던에 도착한 후 9시 반부터 교육에 참여했다. 나를 포함해 총 13명의 수강생이 있었고, 미국, 캐나다, 폴란드, 멕시코, 영국, 한국 등 출신 지역도 다양했고, 교수에서부터 활동가, 학생까지 직업도 다양했다. 모두들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답하고 표현하는 열성을 보였고, 그 속에서 함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서로의 이름을 빨리 외우기 위해 공을 던지면서 이름을 맞추는 게임도 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그룹을 지어 열딘 논의를 하기도 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있던 나에게는 낯설고 신선한 방식이었다. 이것은 지난 1년간 더럼 대학에서 대학원생들과 하던 방식과도 조금은 달랐다. 실제 '참여'하는 정도가 다른 수업과는 너무나 달랐다. 교육을 받았다기보다는 함께 교육을 해나갔다는, 내용을 함께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가장 인상적인 시간은 점심 시간에 카메라를 주고 5가지 주제에 대한 'Trust Hunt'를 했을 때다. 'Something that's your favourite colour', 'A pattern', 'A portrait', 'Something round', 'A detail you think no one else will have noticed' - 이 다섯가지 주제에 대해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고, 그 중 한 가지씩을 골라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홀로 런던 시내 한 복판을 돌면서 주변환경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며, 그 장소가 지닐 수 있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도 찍는 이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을 몸소 깨달은 짧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모두 모여 13장의 사진을 보면서 서로 웃고 감탄하며, 각자의 해석을 풀어 놓았다. 이미지가 단순히 텍스트의 보조자료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있는 민족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시간은 Photo Dialogue 시간으로 처음보는 사진들을 가지고 그룹을 지어 함께 사진들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의 해석을 들었다. 다양한 사진 중에 'Hope'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사진, 'Fear'를 떠오르게 하는 사진을 고르는 작업은 정말 각자가 지닌 경험의 차이가 같은 이미지를 두고 얼마나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지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잠이 부족해 힘든 하루였지만, 모두들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는 모습 속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던 하루였다. Participatory Photography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삼삼오오 모여 만든 우리들만의 정의를 보며 곰곰히 많은 생각을 한 하루였다. 사진으로 그 기록을 남겨본다.


Give the voice to the voiceless!!